브동산에 카테고리를 하나 새로 만들었어요. "베트남 호치민 이야기". 부동산이랑 브랜드 얘기만 하던 곳에, 저희 가족이 호치민에서 지내며 겪는 소소한 이야기들도 이제 하나씩 풀어보려고 해요.
첫 편으로 뭘 할까 한참 고민했는데, 며칠 전 아침에 신랑이 회사 가는 길에 사진을 잔뜩 찍어왔더라구요. "이걸 왜 찍었대" 싶었는데 막상 쭉 넘겨보니까 저도 모르게 재밌게 구경했어요. 그래서 그 사진들, 제가 대신 정리해서 풀어보기로 했어요. 매일 아침 신랑이 타오디엔(Thảo Điền) 집에서 투티엠(Thủ Thiêm) 사무실까지 어떤 길로 다니는지, 사실 저도 이번에 사진으로 처음 제대로 본 거예요.
그동안 부동산·브랜드 얘기만 하던 브동산에, 이제 호치민에서 사는 이야기도 편하게 하나씩 남겨볼게요.
집 앞은 아직 조용해요
아침 7시쯤 나서면 아파트 단지 안이 아직 한산하대요. 저희 동네에 야자수가 유독 많은데, 그 사이로 걸어 나가는 길이 꽤 예쁘더라구요. 조금 더 가면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 좁은 골목에 야채 노점이 펼쳐지고 "보난 주꾸미"라고 쓰인 낯익은 한글 간판도 보이고요. 저희 동네가 한인분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걷다 보면 이렇게 한글 간판을 심심찮게 만나게 돼요.
타오디엔 맛집골목과 유치원 지나서
조금 걷다 보면 타오디엔 맛집골목이 나와요. "POP LIFE"라는 레코드숍이랑 냉동삼겹살집 "괸당집" 같은 가게들이 나란히 붙어 있는데, 이른 아침이라 다들 셔터가 내려가 있더라구요. 저녁에 한번 가봐야겠다 싶었어요. 골목을 지나면 "IMA KINDERGARTEN"이라는 대문이 나오는데, 한국인 대상 유치원이래요. 아침마다 애 손 잡고 등원시키는 부모님들 사진을 보니까, 이 동네에 한국 가족이 얼마나 많이 사는지 새삼 느껴지더라구요. 저희 애도 언젠가 이런 데를 다니려나 싶고요.
유치원을 지나면 야자수 사이로 작은 놀이터 쉼터가 나와요. 큰 나무 그늘 아래 벤치랑 X자 모양 구조물이 있는 공용 공간인데, 아침엔 텅 비어 있다가 저녁이면 동네 아이들로 북적인다고 하더라구요. 조금 더 가면 패턴 타일이 깔린 공원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신랑 말로는 출근길인데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사진만 봐도 좀 여유로워 보여요.
오토바이 물결 뚫고 지하철역까지
공원길이 끝나고 큰길로 나오면 풍경이 확 달라져요. 고가도로 아래로 오토바이가 끊임없이 지나가는데, 사진만 봐도 꽤 복잡해 보여요. 호치민 출근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이 오토바이 물결이 아닐까 싶어요. 큰길을 건너면 An Phú역 입구가 나오는데, 신랑은 지하철 탈 때마다 아직 좀 낯설다고 하더라구요. 호치민 1호선 개통한 지 이제 1년 남짓이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구간은 그랩이나 오토바이로만 다녔대요.
표 사던 신랑이, 이제는 카드로 탄대요
예전엔 발매기 앞에서 표를 어떻게 사야 하나 한참 헤맸다는데,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고 해요. 근데 사실 요즘은 표를 아예 안 산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은행 카드를 태그하고 들어간대요. 한국 티머니처럼 비접촉 결제로 바로 개찰구를 통과하는 거예요. "이제 이게 훨씬 편하다"며 은근 뿌듯해하는 눈치였어요.
플랫폼에서 기다렸다가, 열차 타고
플랫폼에 내려가면 전광판에 다음 열차 시간이 뜬대요. "07:19", "07:21", "07:27" 이런 식으로 배차 간격이 꽤 짧아서 오래 안 기다린다고 하고요. 바로 옆엔 "Điều chỉnh giá vé(요금 조정)" 표지판도 붙어 있는데, 신랑 말로는 나갈 때 목적지가 달라지면 저기서 차액을 정산한다고 하더라구요. 열차가 들어오면 사람들이 노란 안전선 뒤에서 기다렸다가 타는데, 출근 시간인데도 다들 여유로워 보여요.
열차 안은 생각보다 쾌적하다고 해요. 자리가 여유로운 편이고 에어컨도 시원해서, 예전에 오토바이로 땀 흘리며 출근하던 거랑 비교하면 확실히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노선도를 보면 An Phú에서 몇 정거장만 가면 목적지인 Ba Son역이래요. Thảo Điền, Tân Cảng, Công viên Văn Thánh을 지나는 동안 창밖으로 사이공강이랑 도심 스카이라인이 스쳐 지나간다는데, 신랑이 이 구간을 제일 좋아한다고 매번 얘기해요.
Ba Son에 내려서, 출구를 찾아서
Ba Son역에 내리면 긴 지하도를 따라 걸어야 해요. 벽에 호치민 메트로 홍보 사진이 쭉 걸려 있는 복도인데, 다들 말없이 부지런히 걷더래요. 복도 끝쯤에서 노란색 "Lối ra 2" 표지판을 따라가면 출구가 나오는데, 이제는 헤매지 않고 바로 계단을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사이공강 다리 건너 사무실 도착
출구를 나서면 바로 사이공강을 건너는 다리가 나온대요. 흐린 날에도 강바람 맞으면서 걷는 이 몇 분이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구간이라고 신랑이 그러더라구요. 그날따라 하늘이 유독 극적이었다면서 강 건너 스카이라인 사진도 한 장 따로 보내줬어요.
다리를 건너면 투티엠(Thủ Thiêm) 쪽인데, 새로 지어진 빌딩들 사이로도 오토바이 행렬은 여전해요 — 아침 출근길 정체가 이쪽까지 이어지는 거죠.
그 길을 지나 사무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1층 로비 — 여기까지 오면 출근 끝이에요.
총평
집 앞 조용한 야자수길에서 시작해서 시장 골목, 유치원, 오토바이 물결을 지나 지하철 타고 사이공강까지 건너는 길 — 도어투도어로 대략 30분 남짓 걸린다고 해요. 이 얘기를 첫 편으로 고른 건, 베트남에서도 한국처럼 지하철로 출퇴근할 수 있다는 게 저희한테는 아직 신기해서예요. 평소엔 그랩이나 차로만 다니다가, 가끔 이렇게 메트로를 타면 걷는 구간도 생기고 운동도 되고 나름 괜찮다고 신랑이 그러더라구요.
사진에 담긴 곳은 전부 An Phú·Thảo Điền 인근 주거지에서 Ba Son역까지의 실제 경로예요. 앞으로 "베트남 호치민 이야기"에서 저희 애 유치원 이야기, 동네 맛집, 주재원 가족 생활 같은 것도 하나씩 풀어볼게요.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남겨주세요.